가을철에 먹는 식용 과일로는 밤을 빼놓을 수 없다. 들판과 인접한 낮은 산자락에는 전국 어디든 밤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밭둑이나 야산에 밤나무 몇 그루 심어 두었다가 추석무렵
주워서 저장을 했다가 겨우내 심심풀이용 먹거리로 즐겨왔던 것이 바로 밤이다.
조상께 올리는 제삿상에도 밤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일이다.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밤은 필수적인 과일이고, 추운 겨울 시린 손을 호호불며 주머니 속에서 하나씩 꺼내어 까먹던 추억의
과일도 바로 밤이다. 알밤이 떨어질 때면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서 밤나무 밑을 살피러 다니면서
좋아했던 어릴 때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밤은 추석 무렵에 익어서 밤송이가 벌어지면서 속에 든 알밤이 빠져나오게 되는데, 밤나무는 보통
밤송이 하나에 큰 밤이 2~3개씩 들어있는 반면에, 약밤나무는 밤송이 하나에 작은 밤이 1~2개씩
든 것이 보통이다. 약밤나무 열매는 밤나무 열매보다 작고 딱딱해서 어릴 때 고향(충북 단양)에서는
"팽밤"이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큰 밤보다 작은 팽밤이 딱딱하면서 씹으면 훨씬 고소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게 바로 약밤인 것이다.
밤나무는 꽃이 피면 꽃차례가 밑으로 길게 늘어지는데, 약밤나무는 짧은 꽃차례가 위로 빳빳하게 서서
피는 것이 특징이다. 잘 관찰하면 암꽃과 수꽃도 뚜련하게 구별이 된다.
서해안 바닷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나도밤나무, 울릉도 성인봉 군락지에서 아름드리를 이루고
있는 너도밤나무,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구실잣밤나무와 모밀잣밤나무가 있는 편이다. 이들 중에서
구실잣밤나무와 모밀잣밤나무는 수형이나 잎이 모두 비슷하게 닮아 있지만, 구실잣밤나무의 열매는
개암나무 열매를 닮았지만 모밀잣밤나무의 열매는 아주 작은 도토리를 닮아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까맣게 익은 구실잣밤나무의 열매를 따서 맛을 보니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반면에,
모밀잣밤나무는 열매가 맛이 있을 것 같이 생기지를 않아서 먹어볼 용기가 없었다.
